꽃차
이정란
내 몸에서 썩은 내가 나
살아 있는 꽃은 안 썩어, 언니
바람으로 누가 찻물을 끓이나봐
바람이 활활 끓어
생강나무꽃 노란 향을 젓다 손가락을 데었어
꾸지뽕은 비탈에 좋고 찔레꽃은 삐끗에 좋대
새로 피어난 언니는 어디에 좋아?
무덤이 우러난 샘물이 맛이 깊다 하지
해골 물 마시고 부처 된 고승도 있고
어떤 이는 파묘에서 주운 사과를 먹고 막힌 침샘이 터
졌다지
새를 날려 마시며 하늘을 흔들어서 마시며 구름을 비벼
마시며
거센 바람이 몰려오네
저녁해가 하얀 거위산 다 우려먹기 전에 능선 하나 더
타야 해
내가 지나간 후 누군가 잘 우러난 발자국 마시면서
후루룩 후-후 내뱉는 꽃 이름을 알려줘
어서 그냥 네 갈 길 가
독초 약초 다 잊고 명치의 통증을 동서남북 삼아
시집 『이를테면 빗방울』문예중앙 시선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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