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여는세상 기획시선 14권. 이명수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시집은 총 4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자아의 발견, 2부는 여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3부는 제주에서의 생활에서 얻어진 사유, 4부는 서울에서의 일상을 다룬 시로 그 얼개가 숨 가쁘게 짜여 있다.
엄경희 평론가는 98쪽의 긴 해설을 통해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이명수 시인의 동사들은 팽팽함과 느슨함 사이, 들어감과 나감 사이, 우연적 재난과 침묵 사이, 불가역적 시간과 가역적 시간의 체험 사이를 드나든다. 그것은 한 존재의 신체와 정신으로부터 촉발되는 다양한 경로와 지점들을 점유하고 횡단하며 출렁인다."
어제를 두리번거리다
꽃구경 내일 가자
한밤 자고나면
꽃망울 터질 거야
손자는 반나절 낮잠 자고나서
할아버지,
오늘이 내일이야
그래, 내일이 오늘이 됐네
할아버지,
그럼 어제는 어디 갔어
나도 어제가 갑자기 어디로 갔는지 몰라
두리번거렸다
환승역에서
스무 번, 서른 번 다음의 봄엔
깔딱고개쯤이야 단숨에 넘었는데
일흔 무렵 환승역 계단이
깔딱고개다
숨의 눈금 같은 화살을 따라
깊고 어두운 겨울 환승역을
두리번거린다
내 몸을
누군가 이상한 곳으로 데리고 와서
여기 어딘지 모르겠다
어느 역에서
갈아타야 봄으로 갈 수 있는지
봄을 지나가는지
이명수 시집 『카뮈에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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