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김정수 2

사과의 잠/김정수 시집

공원 옆 복숭아나무 기차가 끊겨 공원이 되었다 사람을 뒤에 매달고 반려견들이 꼼장어를 파는 가게 옆을 길게 지나가고 있었다 새 한 마리 날아와 앉지 않는 복사꽃이 무덤처럼 피어 있었다 저런 옹색으로도 꽃을 피울 수 있다니 시멘트에 발목이 잠겨 구두를 벗을 수 없었다 세상의 모든 속박과 고통이 뿌리로 스며들어 지하의 붉은빛을 끌어올려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빛깔의 그늘을 풀어놓았다 그 그늘에 둥지를 틀 듯 반려할 수 없는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꽃잎이 지는 속도로 태양이 기울고 철로가 끊긴 길모퉁이에서 밤길을 잘게 쪼개 꽃잎 꽃잎마다 기차가 달려왔다 시인 중절모 아래 언어의 살인자들 산다 발자국 하나 남기려 발톱 매끄러운 대리석이 딴청을 부인한다 불현듯 배꼽에서 우울 흘러나와 술이 목구멍으로 직하한다 고색창..

책소식 2023.07.17

나를 막지 말아요/정채원, 경향신문

詩想과 세상 나를 막지 말아요 입력 : 2022.06.27 03:00 수정 : 2022.06.27 03:01 김정수 시인 가슴에 구멍을 뚫으면 피리가 되지 몇 개를 막으면 노래가 되지 노래에 구멍을 뚫으면 춤이 되지 자면서도 멈출 수 없는 춤 떼 지어 다녀도 늘 혼자인 춤 구멍이 다 막히는 날 노래도 춤도 다 막히고, 막이 내리지 다음 공연은 아직 미정 정채원(1951~) 자화상 같은 이 시는 막힘과 뚫림, 멈춤과 흐름의 인생사를 피리와 노래, 춤을 통해 보여준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인생은 기쁨·즐거움의 ‘흐름’과 노여움·슬픔의 ‘멈춤’이 반복된다. 살다 보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다. 내 삶만 불행한 것 같지만 세월이 흐른 뒤 되돌아보면, 슬픔 속에 기쁨이 있음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