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립보행을 시작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중 발굽이 있는 돌연변이들이 살아남아 후손을 이은 게 시인이 되었다. 단숨에 수 천 년 전 풀밭으로 달려가기도 하고, 떠나간 애인의 가장 깊숙한 우물까지 숨어 들어가 보기도 하지만 발굽을 숨긴 채 끝 모를 만장굴을 키우는 자들 동굴 밖으로 나가려고 동굴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며 손톱으로 긁은 벽화가 더러 발견되기도 한다. 불긋한 핏자국 같기도 한 그것. 제 안에 키우는 동굴 속, 이따금 빗물이 스며드는 날이면 어디론가 끝없이 달려가는 발굽소리 들린다. 뜻 모를 신음소리만 내는, 얼굴도 본 적 없는 괴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시詩라는 신神을 만들어 냈다고도 하는 꿈보다 수상한 해몽이 있다. 『서정시학』 2020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