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전야, 야전 정채원 까마귀가 파먹은 거북의 눈구멍 사이로 해가 지고 있다 가장 연한 부분이 가장 먼저 파먹힌다는데 후손을 남기기 위해 목숨 걸고 떼 지어 이동하는 홍게처럼 시간은 다리가 모자란다 백신이 없는 도시를 가시로 품고 있는 회오리 선인장은 울퉁불퉁 풍만하고 어미치타가 새끼에게 이미 죽은 먹이로 목을 조르는 연습을 시키는 동안 우리는 서로 리모컨을 차지하려고 털끝 하나 다치지 않게 세상을 제압하려고 품격의 무도를 배우던 사람들 공중 발차기를 하려던 사람들 나방은 경전 한 페이지에 날개가 끼여 말라죽었다 금빛 몸가루가 묻어 있는 곳 어디까지가 안이고 어디가 밖인지 알 수 없다 『애지』 2020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