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이스(black Ice) 정채원 한번 녹았던 마음이 다시 얼어붙으면 흉기가 된다 그림자 속에서도 애써 꽃을 피우다가 화분을 내동댕이치다가 눈보라치는 밤, 얼어붙은 기억의 터널을 지나면 교각이 있고, 교각을 지나면 또 터널이 있다 울음소리도 미끄러지는 터널을 지나 허공에 걸려 홀로 떨며 서 있던 그림자 터널에서 무심히 달려나오는 생명을 받아 안아 검은 이빨로 아작내는 허공의 검은 아가리 응달에서 오래 떨며 너를 기다렸어, 내 얼어붙은 팔다리를 꺾어서라도 너를 안으면 너의 목을 조르면, 너의 뜨거운 피로 얼어붙은 나를 녹여줄 수 있겠니? 급커브를 돌자마자 마주치는 얼굴 먼지와 눈물이 함께 엉겨 붙은 검은 색 살짝 젖어 있던 얼굴이 돌연 꽃모가지에 얼음송곳니를 꽂는다 누가 걷어 찬 화분일까 산산이 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