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2 - 재방송 정채원 이 방엔 거울이 없다 그저 울 거는 많다 옆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물구나무 선 것들, 소리 없이 흐느끼는 것들이 널려 있다 훌쩍거리는 소리에 돌아다보니 상자가 하나 우그러지는 중이다 구겨진 종이들로 가득하다 구겨진 것들을 보면 펴보고 싶어진다 꿈이냐 현실이냐 선택하라는 글귀, 언제나 선택은 어렵다 아, 저기 유리창에라도 비춰보자 오른쪽으로 가란다 오른쪽 탁자 위엔 양면 거울이 하나 놓여 있다 한쪽은 실물 크기로 다른 한쪽은 확대경으로 된 거울이다 확대도 축소도 원치 않아 토끼귀는 토끼귀로 쥐똥은 쥐똥으로 보여줘 내가 내 눈동자를 볼 순 없겠지만 너도 네 정수리를 볼 순 없겠지만 네 눈동자에 비친 나를 보여줘 뒷모습은 뒷모습으로 담게 해줘 하긴 때로는 왜곡이 위안이 되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