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이장욱 2

YTN/이장욱

YTN 이장욱빗방울이 구름을그리워할까요?부러진 가지가 나무를?해변에 밀려온 파도가수평선을?내가당신을…… 안에서 닫힌 것들이 세상에는 많아서골목 저편에는 어둠이로커 안에는 의심스러운 가방이교회에는 하느님이그러므로 당신 마음에는누가 있는가? 나는 영영 비밀번호를 잊었는데어쩌면 처음부터 몰랐는지도 모르지.나무에게는 잃어버린 가지가 없고구름은 다른 하늘을 떠가고해변의 파도는 처음부터수평선의 일부 나는 나무에구름에십자가에열쇠를 넣고 돌려보았다.또는 0에서 9까지 무작위로 눌러서전 세계를 열어 보려고…… 그곳에는 구멍이 없고번호가 없고마침내내부가 없어서나는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고양이를 쓰다듬고조금 운 뒤에뉴스를 시청하였다.계간 《詩로여는세상》 2024 겨울호

더 멀고 외로운 리타/이장욱

더 멀고 외로운 리타 이장욱   만나러 와주어요.여기가 북극이라서 여행이라도 하듯이여기가 적도라서 탐험이라도 하듯이 매일 장례식이 열려요. 국가정책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되었대. 우울증이 있음. 이어폰을 귓속 깊숙이 밀어 넣고 집에 갔다.집을 나왔다.집에 갔다. 조금 더 먼 곳에는 북극의 펭귄과날지 않는 새들내 귓속에 내리는 겨울비혈관을 타고 흐르는 음악과바이러스 하지만 이봐요,펭귄은 북극이 아니라 남극에 산다고.바이러스는 혈관이 아니라…… 당신의 가까운 생물이 사라졌어요.당신의 먼 사람이 앓고 있어요.어제는 외로웠던 누군가가내일은 지상에 없고 집을 나오지 않았다.집을 나오지 않았다.집을 나오지 않았다. 사라진 리타가 시를 읽네, 북극에서수유리에서내 귓속에서 여행자가 실종되었다는군. 열대야가 다가오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