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사랑의 가능성 -정채원 시집 『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천년의시작, 2022) 서평/차성환(문학평론가) 정채원 시인은 인간의 몸이 단순히 뼈와 살과 같이 물질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 비루한 육신 너머에 초월적인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유한자로서의 우리의 몸은 죽음으로 종결되는 사건이 아니다. 우리의 육신 너머의 어떤 초월적 지점, 무한에 연결되고자 하는 욕망이 우리를 새롭게 갱신시킨다. “백만 년 전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울고 처음부터 다시 싸워 처음부터 다시 사랑해”(「꽃 피는 단춧구멍들」). 그의 시는 울음의 갱신이고 싸움의 갱신이고 사랑의 갱신이다. 시집 『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천년의시작, 2022)는 어떤 의미에서 가히 종교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숭고한 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