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강성은 아직도 여기가 익숙지 않아서 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의 기분 말없는 창백한 사물들이 나를 알아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낮잠에서 깬 아이가 느닷없이 서럽게 우는건 세상이 아직 익숙지 않아서라는데 잠들기 전의 세계와 눈을 뜨고 난 후의 세계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천천히 미끄러져 간다 황급히 눈을 비빈 사람들이 머리를 감고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간다 그곳도 어제와는 다른데 따뜻한 음식을 먹다가 고장 난 기계처럼 뼈만 남은 채로 맞은편 거리를 바라본다 약국 앞 줄지어 서 있는 파리한 사람들 모두 울음이 쏟아지기 직전의 뒷모습 아직도 여기 있습니까 『시로여는세상』 2020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