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저울 이상옥 성경을 읽거나 기도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하거나 강의를 하거나 외국어 공부라도 하는 것과 마당에 엎드려 잡초를 뽑거나 서재 바닥 얼룩을 닦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이불을 햇살에 널어놓는 따위 혹은 마당의 일벌들을 돌봐 주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처럼 보이는 것이 씨줄과 날줄로 짜인 영혼과 육체 한 덩이의 생이라면 말이다 정녕 전자가 무겁고 후자가 가볍다? 글쎄, 근자 후자에게로 마음이 자꾸 기울어 간다 아무 이유나 조건 같은 건 없었고 단지 길강아지 복실이와 마을 앞 하천 둑길 몇 번 산책했을 뿐이다 시집 《하늘 저울》, 현대시학 기획시인선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