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이덕규
나비 한 마리가 너럭바위 위에 앉아 아무런 기약 없이 떨어져 쌓이는 꽃잎 사연들을
벌써 여러 장째
복사하듯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합니다
해가 지기 전에
먼 실연의 벼랑 끝에 맺힌 꽃봉오리에게
이 사태를 전하러 가야 하는데
흰나비가 문득 날개를 접고 골똘해집니다
한때 뜨거웠던 기억에 피가 도는지 캄캄했던 바위가 조금씩 물렁해지는 한낮입니다
『불교문예』 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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