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소식/이덕규

Beyond 정채원 2021. 3. 23. 19:17

소식

이덕규

 

 

나비 한 마리가 너럭바위 위에 앉아 아무런 기약 없이 떨어져 쌓이는 꽃잎 사연들을

벌써 여러 장째

복사하듯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합니다

 

해가 지기 전에

먼 실연의 벼랑 끝에 맺힌 꽃봉오리에게

이 사태를 전하러 가야 하는데

흰나비가 문득 날개를 접고 골똘해집니다

 

한때 뜨거웠던 기억에 피가 도는지 캄캄했던 바위가 조금씩 물렁해지는 한낮입니다

 

 

『불교문예』 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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