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책소식

실라캔스를 찾아서/이건청 시집

Beyond 정채원 2021. 5. 28. 00:34

실라캔스를 찾아서

 

     실라캔스는 원시 척추동물의 먼 조상으로 추정되는 물고기.

  3억6천만 년에서 6천5백만 년 사이의 퇴적암 속에서 화석으로

  만 그 모습이 발견되었을 뿐, 오래 전에 멸종된 것으로 되어 있

  었다. 그런데, 이 화석물고기가 1938년 12월 22일 남아연방 어

  느 바닷가에서 어부의 그물에 잡혀 올라왔다. 진화의 대세를 부

  정하면서 6천5백만 년을 견뎌온 실러캔스, 그 부정과 저항의 정

  신에 이 시를 바친다.

 

 

화석연구가들이

6천5백만 년 이전의 퇴적암에서

원시 물고기 화석을 찾았다

짐승의 이빨과 다리 흔적까지 지닌

물고기 화석이었다.

 

고생물고고학은 이 화석물고기가

3억6천만 년부터

6천5백만 년 전까지 살았던

육지척추동물의 조상 물고기라고 적었다.

 

해와 달과 바람

눈 시린 파도 가고 오던

지구별에 너무 일찍 와

하염없었던,

 

진화의 대세를 따라

모든 동물들이 떠나갔는데도

육지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물속을 찾아 간

육지척추동물의 조상

진화를 거부하고

지질 속에 화석만 남긴 채 사라진

숨어버린

진화를 거부한,

 

짐승의 이빨과 네 다리, 폐肺의 흔적까지 지닌 채

6천5백만 년을 물속에서 숨어 견딘

살아서 그물 속에서 잡혀 올라온 물고기

숨어서 자신을 지킨

부정과 저항,

푸드기는 푸른 정신…

 

 

*실라캔스: 육지 척추동물의 조상 물고기

 

 

 

 

시인의 무덤

 

 

시인의 무덤엔

시인의 팔 다리나, 눈 코 귀 입이나

손톱 발톱이나

머리칼 같은 것이

묻히는 것이 아니라

목련꽃이나 영산홍 같았던

전 생애가 묻히는 것이 아니라

예술원 회원이나

문화훈장같은 것이

묻히는 것이 아니라

 

가령, 김종길 시인이 서른 살 무렵에 쓴

'성탄제'같은 시 한 편이

시인 무덤의 빗돌로 서서

쉼 없는 생명을 불러내주는 것이지

한 생애의 시가

장다리꽃 쪽으로

명주나비를 부르고

후투티같은 새들을 불러

둥지에 알을 품게도 하는 것이지

배추 씨 몇 개를, 후투티 몇 마리를

세상 속으로

불러내고 보여주는 것이지···

 

 

 

이건청 시집 《실라캔스를 찾아서》, 북치는마을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