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마 법칙
그래서
하루는 전 생애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바람을 마주하고 앉아서 면벽을 한다
기억의 한 뿌리는
전생으로부터 도망치려고 법구경 몇 줄 암송을 한다
끝줄 미망에 걸린다
미망에 짓눌려
헛되이 무거워진 몸짓
그대로 잠에 잠겨버린다
잠이 깊어지니
비몽(非夢)과 비몽(悲夢)사이
예언의 힘이 빙의되는지
오리온자리를 에둘러 흐르는
강 건너
미궁에 갇혀 연자매를 힘겹게 끌고 있는 천형,
불생불멸의 고리를 끊겠다며
죄를 면죄 받는 소도를 향해 천 마리 종이학을 날려 보낸다
깃털들 하늘하늘 날고
한가득 울리는 북소리
긴 장대에 앉은 나비도 몽환으로 빠져든다
몽환 아래쪽
아직 태어나지 않은 업들이 한 줄로 서 있다
옆으로 한 발짝 비켜서
막막히 방울 소리 울려 퍼지고
고달픈 이야깃거리들이 울긋불긋 깃발을 흔든다
「김명서 시인 추모특집」, 《시와편견》2021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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