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거짓말
몸무게 38킬로그램
초라한 몰골 차라리 은둔자가 되고 싶다
나의 내면과 외면을 분리해 두고
필요한 때 꺼내 쓴다
불치병, 시한부
내 몸에 기생하는 저 얼룩들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다
불멸의 삶을 살 것 같다
죽음과 삶의 간극에 부귀의 상징 두꺼비
한 마리 넣을까
결말만큼은 환한 미소로 채우자고
나는 나를 회유한다
허수아비처럼 딴전을 부린다
비망록에서 이탈한
회한과 후회
꽁꽁 묶어서 지하창고에 가둔다
벌레 먹은 관성
산화된 시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 현실에서는 가당치 않은 일
궂은 날
병원체들이 악령처럼 활개를 친다
붙잡히지 않으려고 나는 변복을 한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악성 병원체들
앞으로 나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
김명서 유고 시집 《새가 가자는대로 갔다》, 현대시 기획선 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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