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자각夢, 정채원

상비약/정채원

Beyond 정채원 2022. 10. 5. 09:53

 

상비약

 

 

 

심혈관 속에서

나비가 날아다닌다

손목이 펄럭펄럭한다

 

생명보험 증서가 아무리 뒤져도 나타나지 않는데

압화로 눌러놓은 시편들이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는데

 

예상보다 너무 일찍 와버린 이별이 있고

맘 단단히 먹고 대비해도 좀체로 달려들지 않는 눈사람 괴한이

골목 끝에 우두커니 서 있다

눈물이 몇 줄기 녹아흐른 채로

 

넘기다 목에 걸려버린 혈압강하제와 오메가3처럼

늘 끼고 다니는 것들

안 먹으면 불안하고

복용해도 복용해도 중단이 없는

기억들, 슬픔들, 회한들

 

단번에 종량제 봉투에 넣어버릴까

만지작거리다

결심한 듯

불경과 성경이 있는 서랍 깊숙이 넣어버린다

 

알록달록 어제와 오늘이 오색으로 충돌하는 구절양장 헤매며

불안이 날개치지 않는 날은

더욱 불안하다

 

 

《문학사상》 600호 기념 특대호(2022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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