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목우(牧牛), 공(空)을 찾는 여정
홍용희 ( 문학평론가, 경희사이버대 교수)
발췌
목우(牧牛)는 소를 다스리고 나를 기르는 여정을 가리킨다. 그러나 사실 여기에 소는 없다. 소는 내 마음의 소였다. 그래서 소는 자유롭게 무쇠소, 진흙소 등의 가우(假牛)로 변주될 수 있다. 소를 찾고 다스리는 여정은 본래의 나를 찾고 수행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나 역시 소처럼 본래 없는 존재이다. 어디에도 자성(自性)은 없고 원환의 공(空)만이 있을 뿐이다. 모이고 흩어지는 구름과 아지랑이로 표상되는 공적(空寂)일 뿐이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모든 존재론과 인생론은 본래무일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목우에 대해 언급한 장광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를 위무하기 위함이던가. 일찍이 함허당(1376~1433)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있다.
부처는 색과 성에 있지 않고 색과 성을 떠나 있지도 않나니 색과 성으로써 부처를 구하여도 볼 수 없으며 색과 성을 떠나서 부처를 구하여도 또한 볼 수 없다.
《불교평론》 2023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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