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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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 아래에 서서/최영규 시집

Beyond 정채원 2023. 3. 23. 23:38

 

   빙하

 

   지금을 영원이라고 하자

 

   생각의 흔적마저 지워가는

   시간의 눈빛이거나 고뇌라고 하자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아름다움처럼

 

   영원을 지금이라고 하자

 

 

 

   정상엔 아무도 살지 않았다

 

 

   하늘마저 얼어붙은 정상에 풍경 따윈 없었다. 적막을 뒤집어쓴

허공만이 나를 반길  뿐이었다. 얼음의 숨결이 내 숨결을 막았다.

찰나의 환호성마저 바람이 잘라먹었다. 하지만 신神은 끝내 모습

을 보여주지 않았다.

 

   정상엔 아무도 살지 않았다.

 

 

 

최영규 산악시집 《설산 아래에 서서》, 리토피아포에지 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