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영화처럼 목청껏 터트리지 못하고
한창옥
제어되지 않은 말들이 바람을 타고 진화한다
빗장을 걸어 잠근 자존심의 관절마다 아프다 말 못하고
쓰러진 지상의 뼈들은 애써 몸 낮추고 있다
꼿꼿한 코로나 담장을 휘어 감고
꽃의 덩굴은 비틀대며 오르기 시작하는데
폐쇄된 봄날의 입구는
목청껏 터트리지 못하고 입김만 내뿜고 있다
기척도 없이 기약 없는 침묵은
여전히 고립되어 일탈하려던 발끝에 힘만 주고
그럼에도 봄꽃은 거침없이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다
가려진 미소로 옷깃을 부딪치는
멀고도 가까운 사람들
오래된 무성영화 향수에 빠져
막과 막 사이로 빨려가둣 무작정 들어간다
*코로나 시대
시집 《해피엔딩》, 포엠포엠시인선 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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