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죽비
박제천
샅에 낀 달옹배기 북덕불에 던지면
탁 타탁, 불에 타 죽는 모기들
죽비 한 번 휘두를 적마다 천둥소리에
서너 마리씩 혼절해 떨어지는 모기들
북덕불에 타 죽는 소리, 비릿한 냄새
머나먼 우크라이나의 모기 인생들
지상에 나뒹굴어지는 소리, 애잔하다
손오공과 달라
부처님도 어쩔 수 없는 푸틴의 목숨
하늘 천둥소리에 놀라
북덕불에 떨어질 때까지
밤을 도와 하늘 죽비를
모깃불 퍼지는 우크라이나 하늘로 띄워 보낸다.
웹진 《님Nim》 2023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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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천 / 1945년 서울 출생. 1966년 《현대문학》 추천(신석초) 등단.
시집 『장자시』 『풍진세상 풍류인생』 등 16권, 시선집 『밀짚모자 영화관』 등 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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