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하늘 죽비/박제천

Beyond 정채원 2023. 6. 15. 09:32

하늘 죽비 

 

 박제천

 

 

 샅에 낀 달옹배기 북덕불에 던지면

 탁 타탁, 불에 타 죽는 모기들

 죽비 한 번 휘두를 적마다 천둥소리에

 서너 마리씩 혼절해 떨어지는 모기들

 북덕불에 타 죽는 소리, 비릿한 냄새

 머나먼 우크라이나의 모기 인생들

 지상에 나뒹굴어지는 소리, 애잔하다

 손오공과 달라

 부처님도 어쩔 수 없는 푸틴의 목숨

 하늘 천둥소리에 놀라

 북덕불에 떨어질 때까지

 밤을 도와 하늘 죽비를

 모깃불 퍼지는 우크라이나 하늘로 띄워 보낸다.

 

 

 웹진 《님Nim》 2023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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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천 / 1945년 서울 출생. 1966년 《현대문학》 추천(신석초) 등단.

시집 『장자시』 『풍진세상 풍류인생』 등 16권, 시선집 『밀짚모자 영화관』 등 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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