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미래
누가 합해지거나
나누어지거나
사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오해할 수도 있지만 이해하려고 하던 노력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살 수만 있다면
아보카도 씨앗에 주는 물을 끈질기게 갈아 줍니다
안에서도 밖이 환히 보여
자주 밖으로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나무 밑에 의자가 버려져 있습니다
의자 옆에 창문도 버려져 있습니다
간혹 버려진 노년도 있어
좀 더 많이 걷고 있습니다
많이 웃어 주고 있습니다
그것만이 미래처럼 다가왔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살 수만 있다면
아보카도 씨앗에 주는 물을 끈질기게 갈아 주고 있습니다
나무를 보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를 두고 보자는 것도 아닙니다
그밖에 무엇을 두고 보자는 심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물로 끝을 보자는 것은
더더구나 아닙니다
모두들 앞으로 가고 있지만
얼굴을 가렸습니다
세계가 가렵습니다
이제 그만
무엇이 태어날지 모르는
아보카도 씨앗을 흙에 묻어 줍니다
당분간은 춥지도 덥지도 않아
이 노선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재연 시집 《화요일이고 비는 오지 않았다》, 파란시선 0136
'책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디어 혼자가 왔다/정진혁 시집 (1) | 2023.12.31 |
---|---|
즉석 질문에 즐거울 락/김송포 시집 (1) | 2023.12.27 |
귤림의 꽃들은 누굴 위해 피었나/한경용 시집 (1) | 2023.12.20 |
모란의 저녁/김경성 시집 (0) | 2023.12.17 |
바람에 쓸리는 물방울은 바다로 간다/안경원 시집 (1) | 2023.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