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사체
신용목
그는 물속을 들여다보듯 내 눈을 보았다 작은 불빛을 집어등처럼 비추며 물고기를 찾고 있었다
여기서 한 사람이 익사했다고 한다, 오래전의 일이라고……
물고기를 찾아
배를 가르면, 한 사람의 눈동자가 들어 있을 거라고 했다 틀림없을 거라고
삼켰을 거라고
헤엄치고 있을 거라고 했다, 한 사람이 보았던 모든 풍경이 물속처럼 펼쳐져 바다가 되었을 거라고 했다
여기서 한 사람이 익사했다고 한다, 어제의 일 같았다 내 살 속에서 첨벙이다 내 피를 다 마시고 가라앉은 사람
천천히 내 눈 위로 떠오르는 사람
오늘의 일 같았다 내 몸을 만지며, 여기서
여기서 한 사람이 빠져죽고 있어요, 그러나
그는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 수조에 물을 채우듯 내 눈에 물을 넣었다 무언가가 눈 밖으로 나오자
마치 물고기를 다루듯 거즈를 그물처럼 대고
혀를 찼다
오래전의 일이라고…… 물고기를 바다에 풀어주듯 거즈를 휴지통에 던졌다
나는 팔딱이는 휴지통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러자
간호사가 바다를 가져가 깨끗이 비우고 왔다
계간 《시와 반시》 2024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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