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익사체/신용목

Beyond 정채원 2025. 1. 17. 12:46

   익사체

 

   신용목

 

 

 

   그는 물속을 들여다보듯 내 눈을 보았다 작은 불빛을 집어등처럼 비추며 물고기를 찾고 있었다

 

   여기서 한 사람이 익사했다고 한다, 오래전의 일이라고……

   물고기를 찾아

 

   배를 가르면, 한 사람의 눈동자가 들어 있을 거라고 했다 틀림없을 거라고

   삼켰을 거라고

 

   헤엄치고 있을 거라고 했다, 한 사람이 보았던 모든 풍경이 물속처럼 펼쳐져 바다가 되었을 거라고 했다

 

   여기서 한 사람이 익사했다고 한다, 어제의 일 같았다 내 살 속에서 첨벙이다 내 피를 다 마시고 가라앉은 사람

   천천히 내 눈 위로 떠오르는 사람

 

   오늘의 일 같았다 내 몸을 만지며, 여기서

 

   여기서 한 사람이 빠져죽고 있어요, 그러나

 

   그는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 수조에 물을 채우듯 내 눈에 물을 넣었다 무언가가 눈 밖으로 나오자

   마치 물고기를 다루듯 거즈를 그물처럼 대고

   혀를 찼다

 

   오래전의 일이라고…… 물고기를 바다에 풀어주듯 거즈를 휴지통에 던졌다

   나는 팔딱이는 휴지통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러자

 

​   간호사가 바다를 가져가 깨끗이 비우고 왔다

 

 

 

 

   계간 《시와 반시》 2024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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