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정상과 우물
김유태 기자(ink@mk.co.kr)2025. 5. 25. 17:03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
- 정진규 '별' 전문
대낮은 별을 삼키고 어둠은 별을 쪼아낸다. 그러므로 어둠만이 별의 존재 양식이다. 빛을 비워내야 어둠이 오고 어둠이 깊어져야 별이 오지 않던가.
대낮의 정상 대신 깊은 우물을 바라봐야 비로소 몸을 드러내는 별 하나. 그 먼 곳의 별 하나를 가슴에 품기 위하여, 가득 찬 곳보다는 텅빈 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별은 지금도 태어난다. 어둠을 사랑하는 자들은 별을 낳고, 그 자신 스스로 별이 된다.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비평·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진지한 시적 성과/정채원 (3) | 2025.06.18 |
---|---|
정채원의 「소풍」 감상·해석 (0) | 2025.05.27 |
나의 시, 나의 시론/정채원 (0) | 2025.04.17 |
정채원의 「상처의 심도」/김윤정 해설 (1) | 2025.04.11 |
정채원의 「Beyond The Scream*」 해설/ 김재홍 (1) | 2025.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