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Train
오장환(1918~1951)
저무는 역두(驛頭)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야!
개찰구에는
못 쓰는 차표와 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
병든 역사(歷史)가 화물차에 실리어 간다.
대합실에 남은 사람은
아즉도
누굴 기둘러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 놓아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고 가거라.
슬픔으로 통하는 모든 노선이
너의 등에는 지도처럼 펼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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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림·임화·박용철이 이구동성으로 칭찬했던 30년대 경성 시단의 기린아. 그 오장환이 짧은 일본 유학을 중퇴하고 돌아와 1938년에 발표한 시다. 중일전쟁이 터지고 조선어교육도 폐지되던 무렵임을 감안해야 이 비애와 작별의 깊은 울림에 더 잘 닿아보겠지만, 아니더라도 언어와 이미지를 감당하는 이 시의 조숙과 무게감은 20대 초반의 나이를 의심케 한다. 오장환은 한 사람의 시인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의 ‘낭만서점’이 없었다면 미당의 ‘화사집’, 김광균의 ‘와사등’도 달라졌을 것이다. 해방 후의 유고시집 ‘육사시집’도, 김상훈·이병철·유진오를 발굴한 ‘전위시인집’도, 박인환의 서점 ‘마리서사’도 없었을지 모른다.
김사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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