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들
강은진
딸기사탕에 개미의 표정이 달라붙었다
이목구비는 정확히 반으로 접힌다
좌우대칭의 안락함
식당 유리창에 크게 적힌 김두삼
작은 글자들이 그 옆에 오기종기 붙어 있다
김치 두부 삼겹살
입술에 노래에 발가락 끝에
끈적하게 매달려 있는 건 어제의 감정들
목구멍 깊숙이
스무 살의 겨울과 아빠와 메리 같은 죽은 것들을 넣고
몇 개의 당신들을 잘게 뱉어냈다
누군가 내 귓불을 양쪽으로 길게 잡아당겨 놓았다
코가 간질거렸다
견딜 것인지 취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
딸기사탕에는 딸기가 없고 개미에겐 허리가 없다는 당혹
모르는 남자가 그립다고 말한 순간부터 정말 그가 그리워졌다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새들은 구름의 허리를 물어뜯으며 석양 뒤로 사라졌고
나는 정확히 반으로 응축되어 녹아버렸으므로
붉고 달콤한 표정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렬되었으므로.
『현대시학』 2015년 1월호
'밤의 네 번째 서랍'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열매를 맺는 방법/ 최승철 (0) | 2015.05.25 |
---|---|
[스크랩] 강영은의 「묵매(墨梅)」감상 / 황인숙 (0) | 2015.04.06 |
물의 증인/서동욱 (0) | 2015.01.07 |
[스크랩] 2015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선수들/ 김관용 (0) | 2015.01.03 |
[스크랩] 2015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로로 / 김성호 (0) | 2015.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