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체온조절법
정채원
내 피를 얼려 만든 네가
나를 보자 반갑게 손을 내민다
검붉은 눈과 코와 이마
입을 벌릴 때마다 하얀 안개가 피어오른다
말과 말을 포개면
핏물이 흥건하고
포옹을 풀고 나면
셔츠는 피로 얼룩지겠지
뭉툭해지는 너의 얼굴 옆선을 더 깎아
칼날을 세운다
이마에서 흐르는 피땀은
저녁놀을 반사하지 않고
잠잠히 저물어갈 뿐
예고 없이 플러그가 뽑히는 날
함께 먹다 쏟은 팥빙수 한 그릇처럼
검붉게 바닥으로 스미고야 말겠지만
처음엔 불로
나중엔 얼음으로
망할지라도
늘 일정한 거리
일정한 온도로 얼어붙은 채
서로를 바라보기만 할 것
한동안 잡고 놓지 못하던 손,
손등만 남았다
『시사사』2015년 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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