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자각夢, 정채원

너와 나의 체온조절법

Beyond 정채원 2016. 5. 27. 00:19

너와 나의 체온조절법

 

 

 

정채원 

 

 

 

내 피를 얼려 만든 네가

나를 보자 반갑게 손을 내민다

검붉은 눈과 코와 이마

입을 벌릴 때마다 하얀 안개가 피어오른다

 

말과 말을 포개면

핏물이 흥건하고

포옹을 풀고 나면

셔츠는 피로 얼룩지겠지

 

뭉툭해지는 너의 얼굴 옆선을 더 깎아

칼날을 세운다

이마에서 흐르는 피땀은

저녁놀을 반사하지 않고

잠잠히 저물어갈 뿐

 

예고 없이 플러그가 뽑히는 날

함께 먹다 쏟은 팥빙수 한 그릇처럼

검붉게 바닥으로 스미고야 말겠지만

 

처음엔 불로

나중엔 얼음으로

망할지라도

 

늘 일정한 거리

일정한 온도로 얼어붙은 채

서로를 바라보기만 할 것

한동안 잡고 놓지 못하던 손,

손등만 남았다

 

 

 

 

『시사사』2015년 7-8월호

 

'자각夢, 정채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호/정채원  (0) 2016.06.18
딥 페이스/정채원  (0) 2016.06.18
구경거리  (0) 2016.05.27
그, 그림자 외 1편/정채원  (0) 2016.05.26
[스크랩] 봉쇄수도원1 -정채원  (0) 201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