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인칭 공간/정숙자

Beyond 정채원 2016. 6. 10. 23:13

인칭 공간


정숙자


 

 

  홀수이거나 복수로 작동한다

 

  두 공간이 겹쳐지면
  사랑,
  잘못 겹쳐질 경우
  몇 계절 건너뛴 한파가 낀다

 

  공간과 공간들, 한 칸 한 칸 그 모두가
  독특한 색과 소리의 내면을 지닌
  유일공간으로서
  무한공간의 한 지점에 위치한다

 

  공간과 공간들, 한 칸 한 칸 그 모두가 절대공간이지만 언제라도 어디라도 누구라도 어떤 몽상도 통제받지 않는 추론구역쯤으로 분류해 둘까? 동선이 드러나지 않는 특징과 간섭파干涉波 또한 일지 않는 지대를 일인칭 공간이라 하면 어떨까?

 

  모서리 많은 이 바다에서 살아 숨 쉬는 일인칭이란 가장 고독한 공간이며 청정지역이며 미래로의 입구인 동시에 정신분열까지도 잠복하는 위험지구라 감싸도 될까?

 

  다수의 공간이 모이는 곳을 일러
  우리는 광장이라 부르지
  공간과 공간이 소용돌이친 비탈을
  역사라고 외우지

 

  인체 공간, 그 저장고에 쌓인
  울음! 다 지우지 못한 채 미확인 공간으로 빠져나가는
  눈동자…눈동자…눈동자…
  하 슬픈 미칭대명사

 

  화분 한 점 들여놓을 수 없는
  공간과 공간들
  혼재하는 이 바다에서
  절망은 낭비다
  악물고 쓰러지지 말고, 햇빛 재정비

 

 

 

『시로여는세상』201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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