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포
김언희
Ⅰ
죽은 놈 몇 마리 둥둥 떠 있다 수족관 水面에
머리 위에 죽은 놈들을 두둥실 띄워 놓고
물 아래 산 놈들은
산다
죽은 놈들의 추깃물과
산 놈들의 배설물을 휘저어 마시며
Ⅱ
죽은 몸들이 빙글빙글 떠도는 머리 위의 九天/ 생각난 듯이 九天으로 떠올라/ 죽은 눈알을 찔러보거나 파헤쳐보는 놈들도/ 있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산 놈인 척하는/ 죽은 놈들도
내장 속 부패가스가
죽은 몸을
풍선처럼 수면 위로 띄워 올릴 때까지
Ⅲ
내가 산 놈인지 죽은 놈인지 나도 헷갈려 꽁무니에
기다란 똥의 닻줄을 늘어뜨린 채
우왕좌왕 중이다
(뜨는놈은죽은놈이다뜨는놈은썩은놈이다뜨는놈은)
내장 지방에 복부 팽만 뱃속에 빵빵하게 차오른 가스의
미친 浮力에 눈알이 단추처럼
튕겨져 나온 채
—《시로 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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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희 / 1953년 경남 진주 출생.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트렁크』『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뜻밖의 대답』『요즘 우울하십니까』『보고 싶은 오빠』.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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