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스크랩] 팔포 / 김언희

Beyond 정채원 2016. 10. 29. 22:23

팔포

 

   김언희

 

 

 

죽은 놈 몇 마리 둥둥 떠 있다 수족관 水面에

머리 위에 죽은 놈들을 두둥실 띄워 놓고

물 아래 산 놈들은

 

산다

 

죽은 놈들의 추깃물과

산 놈들의 배설물을 휘저어 마시며

 

죽은 몸들이 빙글빙글 떠도는 머리 위의 九天/ 생각난 듯이 九天으로 떠올라/ 죽은 눈알을 찔러보거나 파헤쳐보는 놈들도/ 있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산 놈인 척하는/ 죽은 놈들도

 

내장 속 부패가스가

죽은 몸을

풍선처럼 수면 위로 띄워 올릴 때까지

 

내가 산 놈인지 죽은 놈인지 나도 헷갈려 꽁무니에

기다란 똥의 닻줄을 늘어뜨린 채

우왕좌왕 중이다

 

(뜨는놈은죽은놈이다뜨는놈은썩은놈이다뜨는놈은)

 

내장 지방에 복부 팽만 뱃속에 빵빵하게 차오른 가스의

미친 浮力에 눈알이 단추처럼

튕겨져 나온 채

 

 

                         —《시로 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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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희 / 1953년 경남 진주 출생.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트렁크』『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뜻밖의 대답』『요즘 우울하십니까』『보고 싶은 오빠』.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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