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김성대/무산

Beyond 정채원 2016. 12. 19. 10:00

무산

 

 김성대

 

 

 

나는 내가 어디 묻혔는지 모른다

 

눈 속에 짓무른 발자국이 돋고

시체를 품은 나무가 썩어가는데

 

깨도 깨도 잠 속

무산된 잠들이 몰려와

 

나무는 죽은 잎을 어떻게 견디나

죽은 나무는 왜 이토록 서 있나

 

감기지 않는 눈을

뜬눈으로 다 보낸

내가 죽어 차가운 뱀의 밑바닥에서

 

감길까 안 감길까

산 채로 묻힌 눈이 끓어

죽지 않고 잠들어

 

죽음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

왜 죽는지 모르고 죽을 때까지

 

무산되는 죽음 속에서

일생을 다 죽음으로 탕진하고

돌아오지 않는 눈 속

 

나는 내가 그랬지

죽어 놓고 그런지 모르지

내가 그랬는지 모르지

 

 

현대시학2016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