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
김성대
나는 내가 어디 묻혔는지 모른다
눈 속에 짓무른 발자국이 돋고
시체를 품은 나무가 썩어가는데
깨도 깨도 잠 속
무산된 잠들이 몰려와
나무는 죽은 잎을 어떻게 견디나
죽은 나무는 왜 이토록 서 있나
감기지 않는 눈을
뜬눈으로 다 보낸
내가 죽어 차가운 뱀의 밑바닥에서
감길까 안 감길까
산 채로 묻힌 눈이 끓어
죽지 않고 잠들어
죽음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
왜 죽는지 모르고 죽을 때까지
무산되는 죽음 속에서
일생을 다 죽음으로 탕진하고
돌아오지 않는 눈 속
나는 내가 그랬지
죽어 놓고 그런지 모르지
내가 그랬는지 모르지
『현대시학』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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