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의 책방
―내설악일기(日記)˙13
오정국
테두리 없는 햇빛의 책방이었다
내 면상을 꿰뚫듯이 올려다보는 얼음장들, 새가 날지 않는 물밑이니, 물고기가 돌아다녔다 어떤 맹목이 저리 맑
은 것이지, 한번은 얼음 강을 건너가고 싶었다
고요를 파고드는 회오리처럼
새가 날았다 가녀린 발목에 얼음 붕대를 감고, 늦추위를 껴입고, 짝짝이 양말을 펄럭거리듯 다리목을 건너갔다
유리컵의 버들강아지가
겨우겨우 눈을 틔우기 시작했다
강줄기 한복판의 얼음장이 가장 시퍼랬다 거기서 누가 수심을 잰 듯, 나무 막대기가 수직으로 꽂혀 있었고, 그걸
꽂아 둔 이는 보이지 않았다
모서리 없는 햇빛의 책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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