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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이 그립다/이진숙

Beyond 정채원 2017. 2. 11. 20:40

발가락이 그립다

 

 

이진숙

 

 

몇십 년이나 묵은 추위가

오늘도 발끝에 스물거린다

병든 실업자 아버지가

아랫목을 다 큰 딸에게 양보하고

윗목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릴 때

딸은 그저 춥다는 생각뿐

어쩌다 차가운 발가락이 발에 스칠 때

그 차가움에

짜증 섞인 미소만 우물거렸을 뿐

그날이 차고 슬프다

그 차가운 발가락

오늘 내 발끝에 머무는데

그날이 오늘에야 아프다

 

 

시집 『발가락이 그립다』, 시인동네 시인선 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