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이 그립다
이진숙
몇십 년이나 묵은 추위가
오늘도 발끝에 스물거린다
병든 실업자 아버지가
아랫목을 다 큰 딸에게 양보하고
윗목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릴 때
딸은 그저 춥다는 생각뿐
어쩌다 차가운 발가락이 발에 스칠 때
그 차가움에
짜증 섞인 미소만 우물거렸을 뿐
그날이 차고 슬프다
그 차가운 발가락
오늘 내 발끝에 머무는데
그날이 오늘에야 아프다
시집 『발가락이 그립다』, 시인동네 시인선 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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