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병동
― 玉花
정채원
그게 무슨 주사요?
몇 cc요?
전직 약사였다는 95세 김옥화 할머니는
주사 맞을 때마다 습관처럼 캐묻는다
불운의 성분과 용량에 대한 지식이
통증과 반비례하는 건 아니다
길을 훤히 알면서도
피하지 못한 웅덩이가 있다
밤비는 오래지 않아 그치겠지만
어서 가자구요
쭈욱 가자구요
나 좀 풀어줘, 여보세요
나 좀 살려줘요
자꾸만 주사바늘을 빼다 두 손이 묶인
옆 병상의 玉花
틀니까지 다 빼버린 쭈글쭈글한 꽃
물 한 모금만 줘요
불 좀 켜줘요
창문 좀 열어봐요
진정제를 맞고서도
옆 병상의 환자들을 다 깨우고서도
좀체 멈추지 않는 웅얼거림
부러진 고관절이 아물기도 전에
집으로 가자구요
어서 가자구요
『포엠포엠』201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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