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그러진 복숭아를 골라낸다
저마다 단단한 씨앗을 아집처럼 품고도
가슴 부빈 자리마다 단물이 흥건하다
서로 밀착된 만큼 깊이 멍드는
사이를 조금씩 벌려놓는다
너와 나 너무 가까워
그 누구도 끼어들지 못하는 사이
나는 네 그늘에 가려
너는 내 솜털가시에 찔려
소리없이 신음하고 있었으리라
-정채원(1951~) '관계' 중
단 것이나 향기로운 것은 대개가 무르다. 잘 터지고, 상한다. 쉬이 망가진다. 꽃이 그렇고, 과일이 그렇다. 애인이 그렇고, 가족이 그렇다. 사랑하는 만큼 미안한 일이 생긴다. 사랑하니까 멍이 든다. 상처가 생긴다. 유리병에 담긴 초콜릿처럼, 바다를 건너가는 소포처럼 이런 딱지를 붙여야겠다.'파손주의(fragile)'!
저마다 단단한 씨앗을 아집처럼 품고도
가슴 부빈 자리마다 단물이 흥건하다
서로 밀착된 만큼 깊이 멍드는
사이를 조금씩 벌려놓는다
너와 나 너무 가까워
그 누구도 끼어들지 못하는 사이
나는 네 그늘에 가려
너는 내 솜털가시에 찔려
소리없이 신음하고 있었으리라
-정채원(1951~) '관계' 중
단 것이나 향기로운 것은 대개가 무르다. 잘 터지고, 상한다. 쉬이 망가진다. 꽃이 그렇고, 과일이 그렇다. 애인이 그렇고, 가족이 그렇다. 사랑하는 만큼 미안한 일이 생긴다. 사랑하니까 멍이 든다. 상처가 생긴다. 유리병에 담긴 초콜릿처럼, 바다를 건너가는 소포처럼 이런 딱지를 붙여야겠다.'파손주의(fragile)'!
윤제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