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오아시스
이건우
우리가 선원처럼 탑승한 버스는 심하게 흔들렸다 덜컹이는 버스는
곧 우주로 떠나는 듯 나는 행성 같은 너의 뒷모습을 앞에 둔 채 아득
한 멀미를 시작했다
좌석 간의 거리, 너와 나 사이의 거리는 뭐든지 가능한 거리 코끼리
도 들어갈 수 있고 아프리카도 들어갈 수 있고 사막도 들어갈 수 있는
거리 그리고 모래알만큼의 거리 모래 바람이 부는 거리 바람이 불면
우리는 타국의 깃발처럼 닿을 듯 펄럭이기도 하는데
불가능한 거리, 나부끼는 너의 윤곽을 붙잡을 수 없다 실루엣뿐인 너
는 눈을 비벼봐도 여전히 모호하고 닿을 수 없는 거리 손에 쥘 수 없
는 너의 머리칼을 생각했다 흐르는 모래 사이로 너의 테두리를 어림잡
는 중 샌드페인팅처럼 어루만지면 자꾸만 흐트러지고
끝내 넘어갈 수 없는 테두리, 그 너머에는 오아시스가 있을까 오아시
스는 푸를까 아지랑이처럼 버스는 덜컹이고 창문에는 어느덧 내가 비
칠 만큼만 찾아온 밤 나 또한 모래처럼 흔들리는 윤곽뿐이고 나는 왜
나조차도 닿을 수 없을까 불가능한 거리와 불가능한 얼굴 나는 내 얼
굴을 본 적이 없다
좌석 간 사막은 광막한 우주가 되고 나는 버려진 우주 미아처럼 멀
미를 하는 중
어서 착륙해야 해
눈앞에는 오아시스처럼 푸른 행성의 뒷모습이,
우리는 이미 정류장에 내려 있었다
너는 나의 불가피한 고향별, 불시착한
나는 아주 잠깐 영원히 있다 갈 것이다
『포엠포엠』제 14회 신인작품공모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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