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자각夢, 정채원

변검쇼 1/정채원

Beyond 정채원 2018. 10. 31. 17:02



변검쇼 1



정채원



오늘은 석민이지만

어제는 명호였지요

원래는 영섭이예요

지금 당신에게 영섭이가 말하는 거예요

영섭이의 말은 믿어도 돼요


석민이는 늘 쥐색 정장 차림

바지 주름 칼날 같이 세우고 다니는 사람

명호는 무릎 튀어나온 코르덴바지에

담뱃재 희끗희끗한 티셔츠 바람

회칼로 반대파의 목을 따고도 귀갓길

말기 암 어머니 전화 목소리에 귀가 젖는 사람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벙어리에게

맘 놓고 속내 다 털어놓듯

비밀처럼 꽁꽁 숨긴 당신의 아픔

다 털어놓아도 돼요, 영섭에게

이제는 당신의 눈빛만 보아도 다 알아들을 듯한 영섭에게


석민이도 아니고

명호도 아닌

영섭이가 지금 말하는 거예요

당신을 진정 사랑해요

아니, 결코 널 용서할 수 없어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지금은 문 닫을 시간입니다

널 죽여 버릴 거야, 오, 오...... 당신을 사랑해요

영섭이의 말은 믿어도 돼요



제 2 시집 『슬픈 갈릴레이의 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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