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윤동주서시문학상 수상작
자정의 태양이라 불리었던
전동균
이 책은 읽는 자의 운명을 알려준다 갓난 아기의 피로 씌어졌으나 말이 말을 뚫고 혼이 혼을 뚫고 간 흔적만 흐린 얼룩으로 남아있다
모든 그림자에게 빛을, 빛에게는 그림자를 던져주지만 일곱 개의 촛불을 켠 금요일 밤, 장님이 된 자만 읽을 수 있다 읽는 동안 운명이 바뀌고 마침내 빛이 없는 찬란을 만나 또다시 제 눈을 찔러야 한다
재 속에서 태어난 물고기 같은 책
피고 지는 나뭇잎, 연인의 젖은 입술, 부서지는 얼음조각에도 숨어 있는 이 책은 오늘 내 눈물 속에서 울고 있다 웃고 있다 불타고 있다
한때는 ‘자정의 태양’이라 불리었던
당신처럼
존재하지 않는, 사라지지도 않는
『현대시』2017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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