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자정의 태양'이라 불리었던/전동균

Beyond 정채원 2018. 12. 1. 02:12

    


     제3회 윤동주서시문학상 수상작


   자정의 태양이라 불리었던


   전동균



   이 책은 읽는 자의 운명을 알려준다 갓난 아기의 피로 씌어졌으나 말이 말을 뚫고 혼이 혼을 뚫고 간 흔적만 흐린 얼룩으로 남아있다


   모든 그림자에게 빛을, 빛에게는 그림자를 던져주지만 일곱 개의 촛불을 켠 금요일 밤, 장님이 된 자만 읽을 수 있다 읽는 동안 운명이 바뀌고 마침내 빛이 없는 찬란을 만나 또다시 제 눈을 찔러야 한다


   재 속에서 태어난 물고기 같은 책


   피고 지는 나뭇잎, 연인의 젖은 입술, 부서지는 얼음조각에도 숨어 있는 이 책은 오늘 내 눈물 속에서 울고 있다 웃고 있다 불타고 있다


   한때는 ‘자정의 태양’이라 불리었던

   당신처럼

   존재하지 않는, 사라지지도 않는



   『현대시』2017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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