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세상은 아직 살만해
정겸
대학병원 간호사로
삼교대 야간근무에 익숙했던 큰딸
화성시 보건소 치매센터로 첫 출근한다
12년생 낡은 자동차 한 대
왕초보 딱지가 부착되어 있다
약한 자임을 고백하며 짐승들 울부짖는
어두컴컴한 사바나 사막 길
비틀거리며 헤쳐나간다
하이에나 떼들이 으르렁거리며
질주하는 동탄 원천로
아차 하면 약한 자들은 무시당하며 먹히는 곳이다
하루가 12년 같았던 하루
아무 일도 없는 듯
출퇴근길 풍경을 이야기하던 큰딸
아이에나 떼들은 못 보았다며
임팔라 떼가 더 많은 것 같다며
아빠, 그래서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것 같다고.
시집 『궁평항』, 현대시
'책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둘기 경제학/황상순 시집 (0) | 2019.12.12 |
---|---|
굿모닝, 에브리원/오민석 시집 (0) | 2019.12.05 |
안부를 묻는 밤이 있었다/정선 (0) | 2019.07.30 |
사과 얼마예요/조정인 (0) | 2019.07.23 |
이타적 언어/주석희 시집 (0) | 2019.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