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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평항/정겸 시집

Beyond 정채원 2019. 12. 5. 10:25


아빠, 세상은 아직 살만해


정겸



대학병원 간호사로

삼교대 야간근무에 익숙했던 큰딸

화성시 보건소 치매센터로 첫 출근한다


12년생 낡은 자동차 한 대

왕초보 딱지가 부착되어 있다

약한 자임을 고백하며 짐승들 울부짖는

어두컴컴한 사바나 사막 길

비틀거리며 헤쳐나간다


하이에나 떼들이 으르렁거리며

질주하는 동탄 원천로

아차 하면 약한 자들은 무시당하며 먹히는 곳이다


하루가 12년 같았던 하루


아무 일도 없는 듯

출퇴근길 풍경을 이야기하던 큰딸

아이에나 떼들은 못 보았다며

임팔라 떼가 더 많은 것 같다며

아빠, 그래서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것 같다고.



시집 『궁평항』, 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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