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제5시집 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12

하나이면서 둘, 여럿이면서 하나/고봉준

하나이면서 둘, 여럿이면서 하나 ‒정채원 시집 『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해설 고 봉 준 1. 예술은 반복을 통해 스타일을 창조한다. 스타일이 예술가 개인의 고유명, 즉 서명(sign)과 같은 것이라면, 거기에는 이미-항상 반복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특정한 어휘, 대상, 소재, 이미지, 그리고 모티프(motif)……. 모든 반복에는 징후적 가치가 있다. 음악과 회화에서의 반복이 스타일 - 우리가 낯선 그림을 보고 특정한 화가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반복 때문이다 - 과 연관된다면, 시에서의 ‘반복’은 시인의 리비도(libido)와 연결된다. 특정한 사물에 리비도를 반복적으로 투사한다는 것, 그것은 시인-주체의 자율적인 운동이 아니라 그가 대상에 매혹 내지 포획되어 있다는 징후이다. 정채원..

나를 막지 말아요/정채원, 경향신문

詩想과 세상 나를 막지 말아요 입력 : 2022.06.27 03:00 수정 : 2022.06.27 03:01 김정수 시인 가슴에 구멍을 뚫으면 피리가 되지 몇 개를 막으면 노래가 되지 노래에 구멍을 뚫으면 춤이 되지 자면서도 멈출 수 없는 춤 떼 지어 다녀도 늘 혼자인 춤 구멍이 다 막히는 날 노래도 춤도 다 막히고, 막이 내리지 다음 공연은 아직 미정 정채원(1951~) 자화상 같은 이 시는 막힘과 뚫림, 멈춤과 흐름의 인생사를 피리와 노래, 춤을 통해 보여준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인생은 기쁨·즐거움의 ‘흐름’과 노여움·슬픔의 ‘멈춤’이 반복된다. 살다 보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다. 내 삶만 불행한 것 같지만 세월이 흐른 뒤 되돌아보면, 슬픔 속에 기쁨이 있음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