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돌보지 않는 밤 - 1029 이태원 정채원 손바닥만 한 울음방을 꾸미고 거기 피뢰침을 꽂고 무슨 소식을 기다리나 한 짝은 우주로 갔는지 혹은 지하로 갔는지 나머지 한 짝만 유실물센터에 남아 있다 기울어진 침묵 속에 혼자 있거나 떠들썩한 시장 골목에 여럿이 있거나 아무도 돌보지 않는 밤 수화를 모르면서도 말 못하는 딸을 키운 엄마처럼 말을 버리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도 버리고 차가운 바닥에 귀를 대고 있던 반짝이 장식이 떨어져 나간 구두 한 짝을 엄마는 가슴에 묻는다 얼음별로 가버린 구두 한 짝은 언제쯤 번개를 몰고 돌아올까 어쩌면 가슴 부서지던 그 골목으로 이어지는 구름다리를 이미 부숴버린 건 아닐까 시간이 엉켜버린 사진첩 속 얼어붙은 구슬 아이스크림이 엄마의 꿈속으로 줄줄 녹아 흐르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