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時에서 0時 사이 ㅡ 둥근 밀떡에서 뜨는 해 김길나 들녘을 훑고 지나간 바람 끝에서 밀밭 몇 장이 구겨졌다 구겨진 밀밭이 서녘으로 넘어간 뒤에도 남은 밀밭에서는 밀알들이 자랐다 햇빛 쟁쟁한 한낮에 해 조각을 베어 물고 둘레 공기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밀알들이 잘 익었다 그리고 그 황금빛 생애는 사라졌다 땅을 떠난 밀알들이 줄을 서서 방앗간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방앗간에 내걸린 부서진 살 거울에 '너'는 보이지 않고 '나'는 없어졌다 이 거울로 집을 지은 빵집에서는 누구라도 밀가루 한 줌으로 사랑을 굽고 밀가루 한 줌으로 기쁨을 부풀린다 는 소문이 빵집 밖으로 새어나왔으나 세상의 밥상머리에서의 비만, 비만이 감춘 허기가 소동하는, 빵집 앞은 배고픔으로 붐볐다 애찬의 식탁에서 밀알들이 삼킨 해 조각들 둥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