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면 정우신 초겨울 저녁, 아무도 없는 이층집에 라디에이터가 돈다.꿈의 바깥에서 새소리가 들린다.여러 마리가 한 마리를 뜯어먹는 소리.따뜻한 날개에 웅크리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소리를 낸다.자기가 먹힌 것처럼.밤새 벽을 두드렸다.가슴 전체가 뜯겨 나간다.나는 남은 물을 마저 돌린다. 바람 부는 저녁 이현승 산책로에서 갈대의 간격을 본다.바람이 불 때마다 촘촘하게 서걱이는 갈대들눈물을 훔쳐 주기 좋은, 부대끼기 좋은,흐느끼는 사람의 곁에서 가만히 외면하기 좋은 간격이 있다. 낮달 안차애 귀신의 얼굴이 나를 다녀갔다 발자국도 발소리도 없이, 눈이 흐려져야 완성되는비문碑文의 안색 내 얼굴을 빠져나간 네 오랜 표정이다희미한, 낯익은, 멀어지는, 없는 저, 횡격막 시인 정채원 제 안에끝 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