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감 점점 사람들을 벗어난다 오히려 짐승에게 친밀감이 생겼다 이수역 모르는 골목에서 만난 검은 개 그 개는 주인이 불러도 오지 않았다 어제 그가 불러도 내가 가지 않았던 것처럼 생각해 보면 그 개는 개가 아니다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어제도 내일도 내 것이 아닌 동안 어제도 내일도 개의 것이 안 되는 동안 없던 목줄이 생기고 없었던 자세로 끌려가는 동안 한 줌 털에게 한 줌 재를 섞는 동안 짐승의 신발이 신겨 있었다 우리는 숨을 헐떡이는 동안 친밀감이 생겼다 해바라기밭의 리토르넬로 오래된 아버지 괘종시계 아래서 그때 그때의 말을 사과하며 소리가 나지 않게 신발을 벗고 왈칵 쏟아지는 기억 몇 때문에 시간은 검은 콩처럼 익었다 아버지와 나 둘만 있어도 아버지라는 그 슬픔을 내가 알아 열 가지 이상의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