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제목을 ‘탐미의 윤리’라고 했다. 시는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작업이고 비평은 그 아름다움을 해명하는 일을 한다. 좋은 시는 언어, 사유, 감각, 표현, 형식의 아름다움으로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비평가는 교묘하게 직조된 언어의 표층 안으로 스며들어가 아름다움의 구조를 찾아내는 작업을 한다. 그 아름다움은 삶의 세목에서 우러난 것이기에 심미적 즐거움을 넘어서서 삶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유도한다. 이것은 비단 시만의 경우가 아니라 모든 예술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도착적이고 변태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탐미의 양식은 윤리적이다. 설사 반사회적 이탈로 보이는 탐닉의 경우라도 그 행위가 우리가 인지하기 어려운 어떤 경로로 윤리적 맥락과 이어지는지 조심스럽게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 ‘머리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