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꽃잎 같은 시간들
유리문을 들여다보면
책상 앞에 고개 숙이고 몰두하는 그림이 좋았다
슬그머니 손잡이를 잡았으나
주변을 보며 망설였다
열리기를 고대하던
치자꽃잎 같은 시간들
이파리만 남아 무성한 틈이 생겼다
출렁대는 강물을 건너갈 때도
귀가 버스로 출렁거릴 때도
손잡이가 나를 잡아준다
누군가 떠날 때마다
뒤돌아 나의 손잡이를 다듬었다
반들거리며 낡아가는 손잡이
뒤뚱거리며 달려오는
심장 속에도 눈빛 속에도
밀치며 파고드는
너는 새로운 손잡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내게 덤비는
임재춘 시집 《치자꽃잎 같은 시간들》, 시작시인선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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