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새벽의 질문/강인한

Beyond 정채원 2022. 11. 3. 11:40
새벽의 질문


   강인한






밤이라 해도
눈떠 보면 한밤의 어둠
흐릿한 흑암 속
나는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먹지에 앉은 한 방울
이슬이 하얀 빛을 빨아들이던 때인가.
불사르는 소지에서
죽은 아버지의 말을 만나던 때인가.


불이 불 속에서 닳아 스러지듯이
나는 영원히 없는 존재인가.
영혼이란 없는 것인가.


영혼의 빛깔을 사랑하는 이여,
우리는 죽음을 만날 것이다.
우리를 형성했던 살과 피와 정신은
바스러질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이름 없는 것으로 물속의 잉크처럼
풀어질 것이다.


믿을 수 없다. 아아
마른 풀뿌리가 빛을 받아 가늘어지고
한 알의 나프탈렌에서
나프탈렌의 영혼이 사라지는 것을.




     —웹진 《님Nim》 202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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