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질문
강인한 밤이라 해도 눈떠 보면 한밤의 어둠 흐릿한 흑암 속 나는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먹지에 앉은 한 방울 이슬이 하얀 빛을 빨아들이던 때인가. 불사르는 소지에서 죽은 아버지의 말을 만나던 때인가. 불이 불 속에서 닳아 스러지듯이 나는 영원히 없는 존재인가. 영혼이란 없는 것인가. 영혼의 빛깔을 사랑하는 이여, 우리는 죽음을 만날 것이다. 우리를 형성했던 살과 피와 정신은 바스러질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이름 없는 것으로 물속의 잉크처럼 풀어질 것이다. 믿을 수 없다. 아아 마른 풀뿌리가 빛을 받아 가늘어지고 한 알의 나프탈렌에서 나프탈렌의 영혼이 사라지는 것을. —웹진 《님Nim》 2022년 11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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