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아나키스트의 뜰/김영찬

Beyond 정채원 2023. 5. 1. 19:41

아나키스트의 뜰

 

내일과 모레는,

레일 없는 모래 위에 뜬금없이 펼쳐지는 길

아닌 

 

내일모레 우리들은 어떻게 어느 언덕에 기대어

흘러내릴 것인가

 

레일이 내일로

모레로 모래 위에 아나크로니스틱anachronistic, 시대착오적

무방비상태로

 

무조건 뭘 하기로 하고 문 열어젖히게 될,

 

그러니까 우린 여기서

여기

 

只今

 

지금 곧 맨발 딛고 금을 그어

금지선을 뛰어넘는 키 큰 올리브나무를 심어야 한다

 

웃자란 올리브나무 그늘이

우리를 아나르코 토포필리아anarcho topophilia, 울타리 없앤

아나키스트의 평야에 풀어줄 것이다

 

 

《미네르바》 2023 봄호, 신작소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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