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스트의 뜰
내일과 모레는,
레일 없는 모래 위에 뜬금없이 펼쳐지는 길
아닌
길
내일모레 우리들은 어떻게 어느 언덕에 기대어
흘러내릴 것인가
레일이 내일로
모레로 모래 위에 아나크로니스틱anachronistic, 시대착오적
무방비상태로
무조건 뭘 하기로 하고 문 열어젖히게 될,
그러니까 우린 여기서
여기
只今에
지금 곧 맨발 딛고 금을 그어
금지선을 뛰어넘는 키 큰 올리브나무를 심어야 한다
웃자란 올리브나무 그늘이
우리를 아나르코 토포필리아anarcho topophilia, 울타리 없앤
아나키스트의 평야에 풀어줄 것이다
《미네르바》 2023 봄호, 신작소시집에서
'밤의 네 번째 서랍'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을 늙게 하는 법/박남희 (0) | 2023.05.17 |
---|---|
성악설 외/이정록 (0) | 2023.05.03 |
시멘트 중독자/이영숙 (0) | 2023.04.29 |
설계(設計)/강영은 (0) | 2023.04.19 |
수영장/심언주 (0) | 2023.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