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시인선 001~199 시인의 말 모음집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260쪽 | 값 3,000원
시인의 말, 그것은 마침표이자 유일한 고백
문학동네시인선 001~199 시인의 말 모음집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문학동네시인선 200번을 기념하며 함께 펴내는 한정판 도서가 있다. 바로 시인선 001~199 시집의 ‘시인의 말’만을 묶은 책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2010년 겨울 쓰인 최승호 시인의 ‘시인의 말’부터 2023년 한여름 한연희 시인이 쓴 ‘시인의 말’까지 한 권에 담았다. ‘시인의 말’은 많은 경우 시집의 맨 마지막에 쓰이는 글, 그러나 맨 앞에 놓이는 글이다. 시인과 독자가 처음 만나 인사 나누는 그 자리에 놓인 글이며 시인의 고백적 육성이 오롯이 담긴 글이기도 하다. 세월이 흐르고 계절이 무수히 반복되는 가운데 새겨진 그 마디들을 한데 모아놓으니 문학동네시인선의 과거와 현재가 여기 다 있다. 결국 시는 몸이자 정신이자 언어이자 생활이자 개인이자 공동체란 것을 ‘시인의 말’만을 모아 읽고도 알겠다.
“아직은 뛰고 있는 차가운 심장을 위하여 아주 오래된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다”(허수경)는, “이렇게 모아놓은 조금은 낯선 낯익은 이야기가, 오래된 기도 같은 이야기가 다른 삶,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사람들과 손을 잡았으면 한다”(이문재)는 시인의 소망과 “나는 아주 투명하게 들여다보이고 싶다”(김복희)는, “아직 잠들지/ 우리는 현실을 사냥해야 해”(문보영)라는,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훌륭한 시를,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쓰고 싶었”(김언희)다는 시인의 의지와 “나와 나 사이에 흐르는 의심의 강이 있고/ 건너갈 수 있는 날과/ 건너갈 수 없는 날이 있었다”(박세미)는, “서로가 서로에게 난간이 되어주던/ 이 벼랑이 참 좋았”(서윤후)다는, 그리고 “우린 너무 아름다워서 꼭 껴안고 살아가야 해”(박상수)라는 애틋한 고백까지. 지난 12년간 문학동네시인선을 아껴준 독자들에게 오래 남는 선물이 되길 바란다.
■ 책 속에서
심장은 뛰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가장 뜨거운 성기가 된다. 그곳에서 가장 아픈 아이들이 태어난다. 그런데 그 심장이 차가워질 때 아이들은 어디로 가서 태어날 별을 찾을까.
아직은 뛰고 있는 차가운 심장을 위하여 아주 오래된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다.
옛 노래들은 뜨겁고 옛 노래들은 비장하고 옛 노래들은 서러워서 냉소적인 모든 세계의 시간을 자연신의 만신전 앞으로 데리고 갈 것 같기에, 좋은 노래는 옛 노래의 영혼이라는 혀를 가지고 있을 것 같기에, 새로 시작된 세기 속에 한사코 떠오르는 얼음벽, 그 앞에 서서 옛적처럼 목이 쉬어가면서도 임을 부르는 곡을 해야겠다 싶었기에, 시경의 시간 속에서 울었던 옛 가수들을 위하여 잘 익어 서러운 술을 올리고 싶었기에.
2010년 겨울
허수경 (문학동네시인선 002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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