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김언
그 안에는 시집이 들어 있었다. 명료한 의식도 들어 있었다. 쓰러지는 사람도 들어 있었고 똑똑히 확인할 수 없는 사람도 들어 있었다. 육체와 다름없는 영혼이 들어 있었고 영혼과 다름없는 죽음이 들어 있었다. 실제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나의 장기가 파괴되고 있었고 두 개의 장기도 파괴되고 있었고 세 개의 장기부터는 나도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누군가 나를 쿡 찌르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거기 뭐가 들었습니까? 엄청나게 큰 일은 아닙니다. 소소하게 작은 일도 못 됩니다. 다만 나도 모르는 일이 들어 있고 당신은 그걸 꺼내서 소리 내어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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