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
차도하
네모를 가방에 넣고 걸을까 합니다
동그라미가 될 때까지
모든 것을 용서합니다
용서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산책로가 필요합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둘이서 얘기하며 걷는 사람
뒤로 걷는 사람
박수를 치며 걷는 사람의 소음이
가방 안에서 네모가 내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지워야 합니다
그 산책로는 세상보다 길어야 합니다
걷다가
걷다가 걷다가
걷다가 걷다가
걷다가
걷다가
지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
단잠을 잘 수 있어야 합니다
용서가 되지 않더라도
아직 걷지 못한 산책로가 있으니까
내일 다시 걸읍시다
네모의 모서리가 약간 닳아 있습니다
시집 《미래의 손》 (봄날의책,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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