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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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천양희 시집

Beyond 정채원 2024. 10. 10. 20:28

 

시인

 

 

속에서 불꽃을 피우나 겉으론

한 줌 연기를 날리는 굴뚝 같은

 

세찬 물살에도 굽히지 않고

거슬러 오르는 연어 같은

 

속을 텅 비우고도 꼿꼿하게

푸른 잎을 피우는 대나무 같은

 

폭풍이 몰아쳐도 눈바람 맞아도

홀로 푸르게 서 있는 소나무 같은

 

붉은 꽃을 피우고도 질 때는

모가지째 툭, 떨어지는 동백 같은

 

불굴의 정신으로

 

자신에게 스스로 유배를 내리고

황무지를 찾아가는 사람

 

 

천양희 시집 《몇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 창비시선 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