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속에서 불꽃을 피우나 겉으론
한 줌 연기를 날리는 굴뚝 같은
세찬 물살에도 굽히지 않고
거슬러 오르는 연어 같은
속을 텅 비우고도 꼿꼿하게
푸른 잎을 피우는 대나무 같은
폭풍이 몰아쳐도 눈바람 맞아도
홀로 푸르게 서 있는 소나무 같은
붉은 꽃을 피우고도 질 때는
모가지째 툭, 떨어지는 동백 같은
불굴의 정신으로
자신에게 스스로 유배를 내리고
황무지를 찾아가는 사람
천양희 시집 《몇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 창비시선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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